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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스트. 에바자크

Unlight / 2012. 12. 18. 22:21
에바자크. 자살.

개인적 설정 多








영 괴상한 놈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자크는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소매로 대충 훔쳐내곤 달리기 시작했다. 벌써 어둑어둑하게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그저 늦지않았기를 기도했다. 


그가 황궁앞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이미 주변에 어둠이 낮게 가라앉아있었다. 술렁이는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가 홀안에 들어서자 천천히 허물어지는 제 친우의 모습이 눈에 틀어박혔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몸이 한번 튀어올랐다 다시금 떨어졌다. 현실감없이 벌어지는 제 눈앞의 일에 아이자크는 그저 눈을 깜빡이며 멈춰버린 머리를 굴리려 애쓰고 있었다.


"끝이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굳어버린 고개를 돌리자 방금 제 친우를 찌른 검의 피를 털어내고 있는 사내가 눈에 띄었다. 고운 은발을 어깨너머로 길게 늘어트린 그는 꽤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너는.."


"네게는 볼 일이 없다."


아이자크. 딱잘라 말하곤 지나쳐가려는 그의 멱살을 잡아들어올렸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인 상태에서 그의 칼이 제게 휘둘러져오는 것을 보고 그를 놓았다. 뺨으로 채 닦지못한 핏방울이 튀었다. 그와 동시에 정신이 퍼뜩들며 형용하기 힘든 감정이 차올랐다. 그가, 에바리스트를, 죽였다. 그렇다면. 허리춤에 찼던 칼을 뽑아들고 그에게 돌격했다. 팔이 깊게 베여나가는 감각따위는 중요하지않았다. 그보다 더 큰 분노가 온몸을 지배했다. 당황한듯 인상이 찌푸려지는 그 얼굴에 대고 속삭였다.


"역겨워."


물렁한 살을 베고들어가다가 칼이 걸리는 느낌이 들어 힘을 실은 뒤 죽 베어냈다. 피에 젖어 더러워진 은발이 나풀거리더니 툭, 하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저런것따위는 더이상 신경쓸 가치도 없었다. 제 발치에 굴러다니는 것을 발로 툭 차버리곤 황급히 그에게로 뛰어갔다. 이미 가슴에서 흐르는 피가 바닥을 적시며 퍼져나가고있었다. 본래 하얗던 피부가 더욱 새하얗게 질려버린것이 마음아파 떨리는 손으로 뺨을 쓰다듬었다. 불빛이 꺼져가던 탁한 눈이 이 쪽을 향했다.


"에바, 정신차려. 에바. 에바리스트..."


무언가 말하려는듯 새하얀 입술을 달싹이던 그가 새빨간 핏덩이를 토해냈다. 가슴이 옥죄어오며 울음이 목끝까지 차올랐다. 그것을 눌러담으며 그의 손을 잡고 계속 중얼였다. 에바, 나는 여기에 있어. 그러니까, 어서 정신차려. 어느새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제 손을 잡고 바들거리며 떨고 있는 아이자크를 보던 에바리스트는 식어가는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에 억지로 힘을 줘 그의 손을 쥐고, 흐려져가는 정신을 다잡아 마지막으로 그의 울것같은 얼굴을 눈에 가득 담았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며 눈꼬리를 타고 무언가 흘러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그는 눈을 감았다.


제 품안에서 힘없이 늘어진 그를 가만 끌어안고 품에 얼굴을 묻었다. 익숙한 그의 냄새는 이미 비릿한 피냄새에 묻혀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고개를 묻고 한껏 숨을 들이마셨다.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몸이 안타까워 제 품에 조금이라도 더 안아보려 애썼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자신이 빨리 왔다면 그는 죽지않았을 것이다. 자괴감이 가득 차올랐다, 목까지 차올랐던 것이 와르르 터져나와 어린아이마냥 서러운 울음을 뱉어냈다. 에바, 나는 네가 없으면 어떻게 해아할지 모르겠어. 울음소리에 드문드문 섞여나온 말이 외롭게 울려퍼졌다. 주인을 지키지못한 개는 더이상 살아갈 의미가 없단 말야, 알고 있었어. 에바? 굳게 닫혀버린 눈꺼풀을 떨리는 손으로 쓰다듬던 아이자크가 손을 내려 그의 총을 쥐어들었다. 


맨질맨질하게 닦여진 총신을 보며 역시 에바야. 라고 서글프게 웃던 그는 총구에 입을 맞추곤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다시 만나자, 에바.


텅빈 홀에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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