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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light / 2012. 11. 28. 00:10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사랑이었다고 생각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어느 순간이나 우리는 함께였다. 어렸을 때 부터 어떤 상황이던 함께해온 친구, 동반자, 전우. 나의 소중한 도련님. 단순한 동경이었던 감정이 변질된건 언제부터였을까. 너의 야망을 위해 나는 내 자신을 진흙탕속으로 내던졌다. 그곳에서 미친듯이 구르고 짓뭉개지더라도 네가 한번만 더 나의 이름을 불러준다면, 그렇다면 그걸로 족할터였다. 

 

그런데 어째서, 너는 , 나를....

 

 

*

 

 

 

습한 공기가 뺨을 훑고 지나가자 축 늘어져있던 사내가 파르르떨며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렸다. 아직 날이 밝지않은 숲속은 새까만 어둠으로 짙게 물들어있었으나 그는 아랑곳않고 몸을 일으켜 걸음을 옮겼다. 어디로든 도망쳐야한다. 지금은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됀다. 분명 서늘한 날씨였으나 사내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생각해보면 어디선가부터 우리는 틀어져있었다. 형식적인 대화만이 오고가게된건 언제부터였을까. 작전이 실패했을때? 계급이 까마득히 멀어졌을때?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눈을 잃고 난 직후?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무미건조한 눈빛이 생각났다. 아아, 쓸데없이 좋은 기억력이란. 한번떠올리자 머릿속에서 아른거리며 지워지지않는 상념에 고개를 두어번 젓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이 쪽으로 한시간 남짓을 걸어가면, 그란데니아 제국을 벗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더 이상 군견이 아니란 소리겠지."

 

조소가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려보았다. 입안이 지독히도 씁쓸했다. 오로지 그를 위해 군견이라는 반쯤 조롱섞인 호칭도 참아내었는데, 그는 이미 자신을 버렸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그는 역시 자신을 쓰고버릴 패로 밖에 보지않았다는걸까.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상념을 쉬이 떨쳐내지못하고 제자리에 멈추어섰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고요한 숲속에서 무거운 발소리만이 낮게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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